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한 구청의 주민설명회에 이어 종로구의회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보도 등에서는 주민 갈등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접 들리는 의견 중에는 반대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클 때에는 반대 의견 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은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인데도 몇몇 주민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마치 주민 전체의 의견인 것 처럼 포장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구의회 간담회 이후에 간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서촌에 사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의 의견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시는 곳을 질문했습니다. 온라인 설문조사였지만 서촌 거주하거나 생활하시는 분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한 응답 결과입니다.


지하주차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과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습니다. 서울시의 설문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주차장 이용 불편이 문제라고 응답하신 분이 많았지만, 주차장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지하주차장은 대안이 아니라는 답변이 더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히려 주차장을 줄이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는 답변이 1/3에 육박한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서울시에서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며 주차장이 줄어들게 되니,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지하에 주차장을 지어 주차장 감소분을 만회하겠다는 것이 사실상의 사업 취지였습니다. 같은 문제인식에 대한 다른 대안 모색의 차원에서 주민들은 대체 주차장 확보를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주차장을 줄이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은 아직 전문가 의견에 머물고 있는, 어찌보면 급진적인 의견입니다. 주차장이 부족하니 주차장을 줄인다는 생각이 오히려 콜롬부스의 달걀과 같은 해법이라는 것이죠. 같은 종류의 발상의 전환으로 로드다이어트라는 정책이 있습니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줄이는 정책입니다. 영등포구에서 도입하기로 했고,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훨씬 더 많은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주차장을 줄여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설문도 아닌 서촌 주민 설문에서 이처럼 높은 응답률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주차장 문제의 해법을 훨씬 더 폭넓게 열어놓고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덧붙여, 주차장 문제는 서촌에서 시급한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생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알아보는 가벼운 설문조사였지만,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설문조사나 주민 논의를 시작할 이유를 찾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의견을 듣고 이야기나누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오히려 서촌 주민이 아닌 분들일수록 주차장 문제가 아주 민감한 문제이므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조차 어려워 하시는 점이었습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주차장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접근했으면 합니다. 


설문조사 링크는 페이스북 그룹 '서촌'과 제 트위터, 페이스북, 그외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배포했고, 배포된 링크를 다시 배포하신 분이 계셨을 수도 있습니다. 설문은 약 열흘 간 진행했습니다. 이번 설문 응답은 총 26개가 도착했고, 응답기기는 스마트폰이 41%, PC.노트북이 33%로 집계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개의 설문조사와 달리 하고픈 말씀을 대부분 적어주셨습니다.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

주차장이 꼭 필요하니 지하주차장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에서는 무엇보다 방문객 보다 주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서촌에서 사는 분들 보다 서촌에서 일하는 분들이 반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는데, 설문 결과에서는 서촌에 사는 분들께서 더 크게 반대하고 계신 것으로 나왔네요.




주차장을 줄이는 게 대안이다


대중교통수단을 강화해서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 주차장은 상업화일 뿐이라는 의견, 교통량을 줄여 안전을 확보하고 관광은 친환경 도보/자전거 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 장기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지하주차장 외에 다른 대안도 있다!


공영주차장을 확대하자는 의견, 주차장 문제에는 시민의식 성숙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의견,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훨씬 더 효과적인 정책이 있는데 굳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 공모전 등 다양한 의견 수렴 방식을 통해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 문제시 되는 시설을 수용해서 주차타워를 건설하는 것과 같이 다른 문제와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관광버스 주차 문제이니 관광객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창의문로는 청와대 근처 효자로에서 창의문을 지나 자하문로로 이어집니다. 이 길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조선시대에는 인조반정에서, 또 현대사에서는 일명 김신조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길입니다.



창의문로 구간 / 다음지도


자하문터널 개통으로 교통량이 줄고 한양도성 바로 옆에 있던 청운아파트도 도시경관의 문제로 철거 후 공원화되고 나서는 한층 한적한 길이 되었지만, 2007년 북악산 등산로 개방과 부암동의 유명세로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시내 한가운데서 조금 비껴 인왕산과 북악산이 풍경을 이루며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 덕분이겠습니다.


지금, 이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길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관광버스 주차문제입니다.


창의문로의 관광버스 주차행렬 - 2015년 4월 2일 / CC 한울






시작은 2011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과 함께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1200만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대부분 패키지 여행으로 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며 도심부의 관광버스 통행량도 덩달아 껑충 뜁니다. 이미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하자니 주차하기 바쁘게 다시 관광객을 태우러 가아하니 주차장 이용률도 높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서면 단체로 내리고 다시 버스에 오르는 관광이니 불법주정차를 피하기 위해 관광버스는 하릴없이 시내 도로를 주행해서 시내 교통난은 가중됩니다.



세종로를 차지한 관광버스 행렬 - 2015년 4월 8일 / CC 김한울



이러한 가운데 대안으로 나온 것이 도심부 내의 도로변을 아예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불법주정차 단속을 피하느라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교통량을 되도록 줄여보자는 취지였을 것입니다.


[서울경제] 경복궁 주변 불법주정차 관광버스 집중단속 - 2011년 9월 26일

대책에 따르면 시는 경복궁 주변에 주차장 안내팀을 배치해 이 일대에 주정차된 관광버스를 적성동·신문로 노외와 사직로·청와대·창의문로 노상 등 주변 주차장 5곳(116면)으로 분산 주차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한뉴스] 텅 빈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 꽉 막힌 주변도로! - 2011년 11월 17일

관광버스 전용주차장을 두고도 도로변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관광버스 기사에게 묻자, 경복궁 관광객들은 30분이면 다 보고 나오기 때문에 적선동까지 가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인근 면세점 주변에서 차를 대고 있는 관광버스 기사 역시 불법인 걸 알지만 시간을 맞추려면 일부러 떨어져 있는 전용주차장까지 가서 주차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의 관광버스 주차 안내 현수막 / CC 김한울



하지만 관광버스는 늘고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서울경기케이블TV] 학생 안전 위협하는 관광버스 …근본 대책 없어 - 2016년 10월 18일



횡단보도나 골목길 주변에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으면 길에 합류하는 차량이나 보행자와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 서로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구간을 정해서 노상주차장을 운영한다지만 노상주차장까지 찾아왔는데 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불법주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청운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창의문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를 겪으며 교통안전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상황입니다. 이는 창의문로 뿐만 아니라 다른 노상주차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서울시에서 서울시관광협회에 협조요청을 한 내용을 통해서 창의문로 노상주차장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광버스 시간제 주차허용구간 관련 안내 - 2015년 3월 11일



왕복 6차선 이상인 자하문로에서도 한 번에 유턴을 하지 못하는 대형 관광버스 - 2013년 5월 6일 / CC 김한울



게다가 정차 중인 관광버스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미세먼지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시동 켠 경유버스옆 초미세먼지, 10m밖까지 최대 3배 - 2016년 6월 8일

이날 오후 2시 관광객 전세 버스가 많이 몰리는 광화문 사거리 면세점 인근 도로에 전세 버스 여섯 대가 주·정차 중이었다. 공회전 중인 전세 버스 바로 뒤에서 측정기를 켜자 PM2.5 농도가 180~260㎍ 사이를 오르내렸다. WHO 기준보다 7~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측정기는 한 자리에서 최소 5분 이상 측정해야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배기구 뒤에 5분 넘게 서 있었더니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사에 나오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어느정도로 심각한 지 알아보기 위해 경보발령 기준과 예보 기준을 참고해보겠습니다.




미세먼지농도별 예보기준




초 미세먼지 경보발령 및 해제 기준



관광버스가 주정차된 도로변에서 10m 이내에선 최소 '주의보 예비단계' 수준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측정된 셈이고, 예보기준에서도 '장시간 실외 활동 가급적 자제'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집회나 시위가 있는 경우,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경우에도 청와대 주변으로 경찰버스로 차벽을 둘러싸는 경우가 흔합니다. 겨울이면 난방 때문에, 여름이면 냉방 때문에 시동을 켜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경찰버스와 관광버스가 한꺼번에 도로에 나오면 그 불편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버스 차벽과 관광버스로 두 차선이 꽉 막힌 자하문로 - 2014년 6월 28일 / CC 김한울




경찰버스가 모자라 일반 버스를 빌려 도로변에서 승하차하는 경찰 - 2014년 5월 17일 / CC 김한울



도로변 관광버스 주차로 인해 보행자와 차량 승차자 모두 답답한 차벽에 풍경을 빼앗겨 버리는 것은 도시미관의 문제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바라는 '걷고싶은 도시'가 인도 한켠이 버스 차벽으로 꽉 막힌 도시일 리는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대형 관광버스 일렬주차로 시야가 막혀버린 자하문로 보도 - 2013년 8월 27일 / CC 김한울



관광버스 문제를 푸는 해법을 주차장 확보나 노상주차장 확대 등에서 찾아서는 더 복잡한 문제만 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대형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 일색으로 서울 관광이 획일화되어버린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합니다. 단체 관광객이 전세버스 대신 대중교통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거나 단체 관광을 지양할 수 있는 유도책을 고안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무분별한 경찰버스 차벽 설치와 주정차 문제도 함께 근본적인 해결이 모색되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과 경찰의 행정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가 어려워보입니다.


[국민일보] 서울경찰, 도심 관광버스 주차 허용 확대 - 2014년 11월 19일

경찰은 종로구 새문안로2길에 8대 주차를 새로 허용하고, 용산구 한남광장 교차로와 중구 숭례문 초입에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을 설치한다. 중구 세종대로와 종로구 창경궁로는 모든 차량에 대해 주차를 허용하던 것을 관광버스 전용으로 바꾼다. 종로구 창의문길 및 사직로 등 2곳은 주차허용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등 교통 무질서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광버스 주차 특혜에 가까운 관광버스 주차장 확보에만 매진하고 있고,


[아주경제] "외래 관광객 2000만 시대 열자" 서울시-관광업계 ' 의기투합 - 2015년 8월 31일

서울시와 관광업계가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서울시는 별다른 문제 해결책 마련 없이 이젠 관광객 2000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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