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로구청장 예비후보 홍보물이 처음 우편함에 꽂혔다.

※ 이것은 이도 저도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래도 터오르고 있는 희망의 싹에 대한 이야기다.

 

종로구청장 예비후보 홍보물
종로구청장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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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종로
달라요 고병국
{홍보물 전면에 고병국 예비후보가 웃는 표정을 짓는 사진이 실려 있다}

예비후보 홍보물의 주인공은 고병국 현 서울시의원이다. 정세균 전 의원의 비서 출신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다시 한 번 이력을 잠시 살펴봤다.


- 정세균 전 의원의 대학 후배
- 정세균 의원 비서
- 현대아산 기획조정실 과장(대북사업)
- 대북사업 중단으로 국회 복귀
- 정세균 국회의장실 비서관
- 종로구 제1선거구 시의원
- 종로구청장 예비후보 등록

 

#정치세습

정치인의 발탁과 성장 과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흔히 선진 정치를 이야기할 때 늘 본보기로 꼽히는 유럽의 경우에는 기초에서부터 정치적 능력과 행정적 역량 등을 시민들로부터 검증받으며, 차차로 책임이 큰 자리를 맡기 위해 선거에 도전하는 경로를 거친다고 한다. 이에 반해 고병국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다가 지역구 물려받는 한국형 정치엘리트 코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대교체를 말하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교체하지 않는 옛 정치의 상속자가 아닌가.

또다른 문제는 이게 (거대한 사기극으로 드러나고 만)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촛불 이후의 정치에서 어떤 의미인가에 있다. 지난 대선 이전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는 포스트98체제를 언급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까지 만연했다. 하지만 고병국 예비후보의 홍보물에서 새로운 정치의 흔적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홍보물 뒷면은 더욱 노골적이다.

정세균의 벗으로 20년
종로구 일꾼으로 12년
서울시의원으로 4년…

 

정치교체를 해야 할 시점에 세대교체만 외치는 것도 부족함이 큰데, 그 세대교체의 실상조차 정세균의 정치적 장자 상속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즈음에서 자연스레 일본의 정치 세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아들에게, 그 아들은 또 그아들에게, 세대를 이어 지역구를 넘겨주고 넘겨받는 세습정치는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고병국 예비후보가 정세균 전 의원의 혈육은 아니지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일본의 정치세습이 한국화된 K-정치세습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하다.

 

#부동산세습

물론 이력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적임자라면 수긍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책 정견 공약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공약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부동산 세습을 옹호한다.


“한옥 대물림 상속세 유예”가 그렇다. 한옥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폼나는 사치재가 됐다. 특히나 종로에서는 그렇다. 한옥 보존의 미명하에 진짜 한옥을 철거하고 새 한옥을 지어올리는 한옥재개발의 메카가 종로다. 사람이 사는 한옥이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재벌기업의 별장이나 접대용 가옥으로 전락해버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한옥이 부지기수다.


현실이 이러한데 무슨 명분과 필요성이 있어서 부동산 상속세를 유예하겠다는 말인가. 이제 편법 상속은 한옥 대물림으로 하면 된다는 의미일까.


#가장젊은낡은정치
국민의힘은 대표를 통해 가장 젊은 낡은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고병국은 과연 가장 젊은 낡은 정치가 아닐 수 있을까. 일단 홍보물만 봐서는 시의원 4년 동안 어떤 노력과 성과가 있었는지 찾아볼 수 없다. 근 20년래 종로 제1선거구 유권자에게 가장 존재감 없는 시의원이 고병국 의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원실을 통한 정치 세습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함과 동시에, 아직 드러내지 않은 자신만의 내용과 비전이 숨겨져 있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허한공약
구체성 있는 공약도 보이지 않는다. 뜬구름 잡는 공약 일색에 '1번지’만 붙였다.
우선순위 최우선은 이미 진행중인 사업 아닌가.
우선순위 우선은 당선되면 살펴볼 사업 아닌가.
우선순위 중장기는 아니면 말고 사업 아닌가.
다른 후보 캐치프레이즈를 훔쳐다 쓰던 정세균 후보가
얼굴만 바꿔서 다시 나온 것만 같아 보는 내 낯이 다 뜨겁다.

 

2016년 총선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선거 포스터

#진퇴양난
공식적으로는 각 당마다 후보를 확정하기 전의 예비후보일 뿐이니, 다른 예비후보도 살펴봤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숙연 예비후보가 있다. 2014년과 2018년에 종로구청장으로 출마했던 후보다. 2014년 당시 선거운동 문구 중 하나였던 “종로의 박근혜”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더불어민주당 내 다른 예비후보로는 유찬종(전 시의원, 전 구청장 예비후보), 김복동(전 바른미래당 구의원) 후보가 있다.

 

국민의힘 내 다른 예비후보로는 이근우(전 교육부 고위공무원), 정영국(세계한민족회의 내외동포정보센터 이사장),김현아(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윤지호(건축사사무소 대표) 후보가 있다. 정문헌 당협위원장(전 국회의원)은 선거점퍼까지 맞춰입고 명함 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아직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고 있다.

#춘래불사춘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봄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실이 무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역정당 운동의 작은 공이 (종로는 아니지만) 영등포에서 쏘아올려졌다.

 

#지역정당운동
직접행동영등포당이 창당과 함께 정당등록을 신청했다. 은평에서는 은평민들레당이, 과천에서는 과천시민정치다함이 잇따라 지역정당 창당을 마쳤다. 지역정당네트워크를 결성해서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노동・정치・사람과 함께 지역정당서포터즈도 꾸렸다.

 

지역정당 운동은 내 삶의 현자에서 내 삶의 정치를 지역정당을 통해서 현실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려, 중앙정치의 민주주의가 말뿐인 민주주의가 아닌 지역에서부터 자라난 명실상부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자,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이다.


이제는 지긋지긋할 정도에 이르고 있는 거대양당 둘 중 하나 뿐인 양자택일의 선거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자, 중앙정치의 출장사무소에 불과한 지역의 정치를 진짜 지역민의 정치로 바꿔내기 위한 정치혁명의 기획이다. 현재 이들 지역정당은 여야 카르텔의 핵심인 정당법에 가로막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정당서포터즈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 직접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지역정당서포터즈
오늘은 흐림이라도 내일의 맑음을 기대하며, 지역정당서포터즈에 가입해주시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께 두루두루 권유와 부탁 말씀드립니다


* 지역정당서포터즈 가입 https://www.ihappynanum.com/Nanum/B/TCS4J4JHLL
* 지역정당 카드뉴스1 http://laborpolitics.org/?p=7007
* 지역정당 카드뉴스2 http://laborpolitics.org/?p=7019

 

지방자치는 1988년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부활했습니다. 시장과 구청장 모두 임명직이던 것에서 벗어나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강조하는 지방자치제도가 되살아난 것입니다. 대통령은 투표로 뽑아도 시장과 구청장은 대통령이 정하던 것에서, 지역 마다 자신의 지역을 책임 질 시장과 구청장을 따로 뽑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 직선제에 이어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따로 있는 이유,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광역자치단체장)과 종로구청장(기초자치단체장)을 따로 뽑는 이유는 대통령이 서울을 제대로 대변할 수도, 서울시장이 종로구를 제대로 대변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의 뜻을 더 잘 모으고 대변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 지방자치제도는 필수적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오세훈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 일성으로 종로구와 중구를 모은 ‘서울직할구’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시정 운영 방식을 돌아보았을 때, 효과와 폐단을 살피기 전에 추진력 있게 서울직할구를 밀어부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효과에 비해 폐단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깊게 논의를 하지 않으면 수많은 조감도 정치의 부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서울시와 같이 종로에 부담만 지워진 채 종로가 풀리지 않는 복잡한 숙제만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서울 안에서 종로구의 지방자치를 내어주면 종로에 배정되는 예산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종로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은 쉽게 들으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하지만 종로구가 중앙정부, 시와 밀고당기며 예산을 확보하는 현재에 비해 서울 전체를 책임지는 서울시가 산재한 서울시의 과제들 중에서 종로의 비중을 다른 구 보다 높게 두고 예산을 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는가에 따라, 시의회의 여야구성에 따라 종로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종로구 예산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녹지율이 높고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는 탓에 세수는 적은데도 구를 운영하는 데에 쓰일 수 있는 세목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종로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안에서도 낮은 편에 속합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배분은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개선하면 자치구 예산지원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수입구조, 즉 과도한 국세비율을 지방세-국세 간 세목교환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서도 충분히 종로의 예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 대안이 있는데도 무턱대고 종로와 중구를 모아서 서울직할구로 만들고 서울시에 운명을 맡겨버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종로의 주민자치를 포기하자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오세훈 후보가 ‘서울특별구’ 구상을 처음 공개한 곳이 지난 3월 23일 종로구민회관에서 열렸던 주민자치 토론회였다는 점입니다. 주민자치,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뛰는 주민자치위원들이 모여서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오세훈 후보는 오히려 주민자치를 후퇴시키는 구상을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셈입니다.





저 김한울은 민주주의의 거스를 수 없는 발전의 맨 앞에 지방자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구청이 사라지고, 구청을 통해서 했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으로 향해야 하는 일상을 말입니다.


‘서울직할구'는 종로의 삶을 빼앗는 일입니다.

늦겨울에 봄이 오는 줄 알았더니 다시 초겨울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종로의 봄을 불러 낡은 정치 일번지를 삶의 일번지로 바꾸겠습니다.


삶의 일번지 종로의 봄 기호 5번 김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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